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대주단의 PF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대주단이 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을 근거로 신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들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신탁사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①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으로 인정할지, 아니면 ② 대주단이 실제 입은 손해로 볼 것인지 여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해당 계약서상 문구를 기초로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액 전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가합69485 판결, 이하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그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 타 개별 사안에서의 법원의 판단은 계약서 내용이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의 주요 내용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서 신탁사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다투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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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안은 물류센터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체결된 관리형토지신탁계약 구조 하에서 신탁사의 책임준공이행확약이 이루어진 것으로(이른바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시공사가 자신의 책임준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이후, 신탁사인 피고 또한 신탁사의 책임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개발 부동산에 관하여 체결되어 있던 선매입계약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대주단은 대출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그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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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안의 관리형토지신탁계약서, 책임준공이행확약서에서는 신탁사의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해 대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규정하고 있었고, 대출약정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이하 “쟁점 조항”).
법원은, 아래와 같은 각 사유를 들어, ① 쟁점 조항의 법적 성격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며, ② 손해배상액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려워 감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피고 신탁사에게 사전에 정한 손해배상액으로서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 전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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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① 판단에 관하여, i) 쟁점 조항이 명시적으로 손해배상 범위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정하고 있는 점, ii)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의 구조에서 금융기관은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출원리금 상당액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iii) 손해의 발생 등의 입증을 피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해둔 것으로 보이는 점, iv) 금융기관의 우선수익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의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실보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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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② 판단에 관하여, i) 피고는 고수익 구조를 인지하고 신탁에 참여하였고 높은 보수를 수취한 점, ii) 원고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금융기관이고 책임준공위반에 대한 귀책사유도 없다는 점, iii) 원고는 선매입계약이 해제됨으로써 대출원리금을 상환받을 기회를 상실한 점, iv) 피고로서는 신탁재산 매각을 통해 해당 금액을 회수할 기회가 있는 점, v) 신탁사 책임준공제도가 현재 PF금융이나 개발사업 분야에서 거래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의 시사점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아직 확정 전이며, 해당 판결에 대한 당사자의 항소 여부 및 상급심의 판단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계약에서 신탁사가 사전에 정한 손해배상액으로서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을 부담할 수 있음을 판단한 최초의 판결로서, 향후 유사 사례에서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원은 쟁점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감액도 인정하지 않아, 신탁사 입장에서는 책임준공기한 도과 사업장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상당히 가중될 수 있어 보입니다. 향후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토대로 책임준공기한이 도과한 사업장과 관련한 소송이 확산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참고로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하여 2025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 ‘책임준공확약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에서는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에서의 신탁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신탁업자의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에 따른 신탁사의 손해배상의 책임범위는, 신탁사의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하여 대출원리금 회수가 지연됨으로써 대출금융기관이 직접적으로 입은 실제 손해로 한정됩니다. 책임준공의무 이행기간 도과시 대출원리금 상환을 약정하거나, 대출원리금 회수 지연에 따른 대출금융기관의 기회비용 또는 신탁계약 이외의 별도 약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포함하여 배상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이에, 향후 위 모범규준에 맞추어 체결되는 신탁계약과 관련해서는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