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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활성화, 플랫폼 경제시대의 제조물책임 논의 동향

2024.10.29

우리는 현재 전자상거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책임과 의무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중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된 제조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특히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가 외국에 소재하는 등의 이유로 소비자가 손해를 배상받기 어려울 경우,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어떠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경우 원칙적으로 제조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 만약 피해자가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하에 제조물을 영리 목적으로 공급한 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3항). 제조물책임법이 이와 같이 규정한 이유는, “제조업자 → 공급업자 → 판매업자”로 구성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사슬형 경제체제를 고려했을 때 판매업자 외의 주체에게도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이러한 제조물책임에 있어서 어떠한 책임과 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전통적인 공급업자와 어떠한 측면에서 유사하고 어떠한 측면에서 다른지에 관한 문제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고에서는 EU 및 미국의 입법례 및 동향을 소개하고, 그 시사점도 안내 드리고자 합니다.
 

1.

EU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The Product Liability Directive 85/374/EEC)
 
EU 집행위원회(EU Commission)는 2022. 9. 28. 결함의 대상인 제조물과 손해의 범위를 확대하고 제조물의 결함을 보다 용이하게 입증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위험에 대한 무과실책임 법리를 현대화하는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을 채택하였고, 유럽의회가 2024. 3. 12. 개정안의 문구를 승인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은 EU 의회, 각료 이사회 등 기관들의 협의 과정의 거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EU 내 각 국가들은 개정안 시행 후 24개월 안에 개정안을 준수하는 개별 법률을 입법하여 시행하여야 합니다.
 
금번 개정(안)은 기존 제조물책임지침이 제정된 1985년의 상황과 달리 제조물의 생산, 유통, 운영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조물의 안전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구해야 하는지’를 새로이 규정합니다. 기존 지침은 제조에 관여한 모든 제조자, 영업을 목적으로 제조물을 제공한 자, 수입업자 및 유통업자 등을 제조물책임의 주체로 규정한 반면, 개정(안)은 제조자뿐만 아니라 대리인(authorized representative)[1], 수입업자, 유통업자, 풀필먼트 서비스업자(fulfillment service provider)[2] 까지 포함하는 경제운영자(economic operator)를 제조물책임의 주체로 규정합니다(개정(안) Article 2(15)).
 
즉, 결함 있는 제품이나 구성부품의 제조자가 경제운영자로서 제조물책임을 부담하며, 제조자가 EU 역외에 위치하는 경우 대리인, 수입업자, 또는 풀필먼트 서비스업자가 제조물책임을 지게 됩니다. 또한, 이들 모두의 신원을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가 유통업자에게 이들의 신원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유통업자가 신원 확인을 요청받은 때로부터 한 달 이내에 확인하지 못한 경우에는 유통업자가 제조물책임을 지게 됩니다. 개정(안)은 유통업자에 대한 규정이 평균적인 소비자가 거래대상인 제품, 서비스, 정보 등이 전자상거래 플랫폼 자체 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권한이나 통제 하에 있는 자에 의하여 제공된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도 준용되도록 규정함으로써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조물책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개정(안) Article 8(1)-(4)).
 

2.

미국 캘리포니아주 입법 및 판례 동향
 

(1)

미국 캘리포니아주 입법 동향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여 제품을 판매한 사업자와 함께 제조물책임의 주체가 되도록 규정하는 법안이 두 차례 발의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Mark Stone은 2020년 2월 “The Assembly Bill 3262”를 제안하였는데, 위 법안은 현행법상 결함이 있는 제품을 공중에 유통시키는 것을 업으로 하는 소매업자에게 부과하는 제조물책임과 동일한 수준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제조물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위 법안에서는 중고제품, 수제품, 경매제품을 위한 플랫폼 사업자, 직간접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아무런 영업적 이익을 취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자 등의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위 법안은 2020년 6월 하원에서 정식으로 가결되었으나 상원에서 투표절차를 마치지 못하였습니다. Mark Stone은 2021년 2월 유사한 내용을 포함하는 “The Assembly Bill 1182”를 다시 제안하여 입법 논의를 계속하였으나 의회를 통과하지는 못하였습니다.
 

(2)

미국의 판례 동향

미국 법원에서는 제조물책임을 확대하여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가 결함 있는 제품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2019. 7. 3. Heather Oberdorf가 아마존에서 구매한 개 목줄이 끊어지면서 얼굴과 안경에 부딪혀 왼쪽 눈이 영구 실명된 사건에서 ‘판매자’에 해당하는 아마존이 제조물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Oberdorf v. Amazon.com Inc., Third Circuit Court of Appeals, No. 18-1041). 법원은 아마존이 제조물책임을 부담하는 ‘판매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4가지 기준을 고려하였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유통경로상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인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안전에 대한 유인요소가 될 수 있는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결함 제품에 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특수한 지위에 있는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 문제와 관련하여 비용을 배분할 수 있는지
 

법원은 제품의 판매자가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서만 고객과 접촉할 수 있었고 소비자가 판매자 내지 제조자를 찾을 수 없는 사례가 많다는 점(기준 1), 판매업자들이 아마존과 계약하면서 아마존에게 임의로 상품검색목록에서 삭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약정 및 소비자가 지불한 대금을 유보하는 약정을 하는 등 아마존이 자신의 판단 하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품인지를 판단한 뒤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존에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안전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점(기준 2), 판매자의 판매가 계속될 수 있고 이용후기 시스템이 운영되는 등 아마존이 결함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특수한 지위에 있는 점(기준 3), 아마존이 자신의 고객인 판매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함으로써 결함이 있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기준 4)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이후 아마존은 위 판결에 대하여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양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위 소송은 종결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항소법원도 2020. 8. 13. Angela Bolger가 아마존에서 구입한 교체용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여 화상을 입은 사건에서 아마존을 제조물책임의 주체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Bolger v. Amazon.com, LLc, 53 Cal.App.5th 431).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아마존이 제조물책임의 주체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위 4가지 요건과 유사한 다음의 3가지 요건을 고려하였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 유일하게 적절한 손해배상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플랫폼 이용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전적 배상 및 적절한 조치를 사전에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위 사건에서 배터리를 판매한 Lenoge Technology Ltd.는 아마존에 등록된 상품의 보관, 포장, 배송, 그리고 대금결제 서비스를 위한 “Fulfillment by Amazon”(이하 “FBA”)을 플랫폼 도구로 구입하였고, 이에 따라 아마존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Lenoge Technology Ltd.에 임대된 물류창고 특정 공간에 보관되어 있던 배터리를 아마존 상표가 부착된 상자로 포장하여 원고에게 배송하였습니다. 법원은 FBA 플랫폼 도구를 제공하는 역할을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자의 역할을 갈음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서는 위 판결에 기초하여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의 제조물책임을 인정한 판결들이 계속 선고되고 있습니다(Loomis v. Amazon.com LLC, 63 Cal.App.5th 466, Lee v. Kitchables Prds., 2021 U.S. Dist. LEXIS 140045, Diew v. Amazon.com Serv., LLC, 2021 U.S. Dist. LEXIS 112000 등).
 

3.

제조물책임법 적용에 관한 국내 동향 및 논의
 
우리나라의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제정되어 2002. 7. 1. 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한편, 대량생산, 대량유통의 과정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조업자와 공급업자에게 제조물책임을 부과하였습니다(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1항, 제3항). 통상적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제조업자도 아니고, 전통적인 유통 과정에서의 공급업자(도매상, 소매상)도 아니므로, 현행법상 전자상거래 플랫폼에게 제조물책임을 부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점점 거대해지면서 소비자들은 개별 제조업자의 신용도와는 무관하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신용을 신뢰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있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에서 불량제품들이 판매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는 점, 플랫폼은 단순한 시장 형성의 역할을 넘어 계약 체결, 대금 결제와 환불 등 많은 영역에 관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전자상거래 플랫폼에게 일정한 책임 및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물책임은 본질적으로 불법행위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제조물책임법은 특별한 과실이 없는 공급자에게도 보충적으로 책임을 부과하거나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의 경우 수입업자를 제조업자와 동일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확대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전자상거래 플랫폼에게도 책임주체의 지위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전통적인 공급업자와는 달리 제품을 직접 취급하지 않으므로 관리의무나 관찰의무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러한 주장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제조물책임과 관련한 명시적인 국내 판례는 아직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책임주체성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문제된 사건에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서비스제공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바 있고(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② 플랫폼 사업자가 도서와 관련한 할인을 시행한 사건에서 “도서정가제 준수의무를 부담하는 간행물 판매자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하여 플랫폼 사업자에게 도서정가제 준수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9. 10.자 2019마5464 결정). 위 사례들은 제조물책임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만,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도 그 중개한 상품과 관련하여 일정한 소비자 보호 및 규제 준수의 책임을 부과한 사례들로 이해됩니다.
 
제조물책임법 외의 법령을 살펴보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책임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에 해당하는데, 전자상거래법에 따를 때,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판매자의 고의·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판매자와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2 제1항), 자신의 플랫폼 상에서 통신판매를 중개한 통신판매중개업자(통신판매업자인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 책임에서 면책되기 위해서 좀 더 강화된 통신판매중개의뢰자 와의 약정 및 소비자고지를 요구하고 있으며(제3항), 통신판매에 관한 거래과정에서 중요한 일부(청약접수, 대금수령 등)를 수행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해서는 통신판매업자의 일정한 의무(환불정보 제공 등)에 대해서 보충적인 책임을 부담합니다(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3). 이러한 규정 역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해당 상품 및 용역의 유통 과정에서 갖는 지위 및 역할을 고려하여 소비자에 대해서 일정한 의무 및 책임을 부과하는 취지입니다.
 

4.

플랫폼 사업자 관련 제조물책임에 관한 향후 동향
 
제조물책임과 관련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국내 논의에 있어, 앞서 살펴본 해외 사례 등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전세계적인 추세가 국내의 규제 및 입법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아마존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과 관련하여, 미국 법원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 문제와 관련하여 비용을 배분할 수 있는지 등을 주된 판단 근거로 삼았는데, 이러한 요소들도 향후 국내 제조물책임에 관한 법리 형성에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발의된 바는 없으나 이러한 논의들을 기초로 향후 제조물책임법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   대리인(authorized representative)이란 제조업체로부터 특정 업무와 관련하여 제조업체를 대리할 것을 서면으로 자연인 또는 법인을 말함(개정(안) Article 2(11)).
[2]   풀필먼트 서비스는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마치는 방식으로,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 완료되기까지의 전 과정(상품의 입고, 보관, 제품 선별, 포장, 배송, 교환·환불서비스 제공 등)을 일괄 처리하는 것을 말하며, ‘물류 일괄대행 서비스’라고도 함. 개정(안)은 제조물의 창고 보관, 포장, 주소지정, 발송서비스 중 최소 두 가지를 제공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풀필먼트 서비스업자라 정하고 있음(개정(안) Article 2(14)).

 

[영문] Product Liability in Korea in the Age of E-Commerce Plat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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