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UAE 기업 Essentra FZE Company Limited (“Essentra”)가 중국 및 제3국 기업으로 위장한 북한인과 거래한 것에 대해 미국 법무부와 미국 재무부 산하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으로부터 제재를 부과 받았습니다. Essentra 사례는 비미국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제재 집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국내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배경 및 제재 조치
UAE 기업인 Essentra는 담배 필터를 비롯한 담배 관련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Essentra는 2018년 초 북한인으로부터 담배 필터를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받아 이를 승낙하였고, 중국 및 제3국 기업을 거래 상대방으로 명시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Essentra는 담배 필터가 북한에 공급될 것이라는 점을 당시 담당자들이 알고 있는 가운데 수출을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거래 대금은 달러화와 현지화 다르함(AED)으로 미국 은행의 제3국 지사를 통해 지급 받았습니다.
미 법무부와 재무부(OFAC)는 Essentra의 상기 행위가 미국의 대북 제재 법령인 North Korea Sanctions Regulations (31 C.F.R. Part 510)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제재 법령은 미국인이 북한으로 물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하거나 제3자의 거래를 용이(facilitate)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비미국인이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미국인이 이러한 금지를 위반하도록 야기(cause a violation)하는 행위 또한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Essentra가 미국인에게 금지된 북한 관련 거래를 하면서 미국 은행이 제3국 지사를 통해 해당 거래를 위한 금융 서비스를 수출하도록 하여 대북 제재 법령을 위반하도록 야기한 것으로 판정하였습니다. 즉, Essentra는 비미국인으로서 본건의 수출 거래를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미국 금융기관이 거래에 관여하도록 한 것이 문제가 되었으며, 미국 달러화는 물론 다른 외화(다르함)로 결제가 된 부분도 역시 미국 은행의 제3국 지사를 통한 결제이므로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Essentra는 위 대북 제재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한 합의금으로 실제 수출액의 두 배에 달하는 미화 66만 달러를 OFAC에 납부하기로 하였습니다.
시사점 및 최근 미국 제재 법령의 동향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 상기 Essentra의 사례는, (1) 통상적으로 제재 법령의 엄격한 수범자로 취급되던 금융기관이 아닌 제조/수출 활동을 하는 비미국 기업이 미국 금융기관의 외국 지사를 이용하여 거래함으로써 미국 은행의 금융제재 법령 위반을 초래하였다는 이유로 제재되었다는 점, 그리고 (2) 미국 정부가 미국인은 물론 비미국인에 대해서도 제재법령을 계속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으로서는 금융기관/비금융기관을 불문하고 추가적인 미국 정부의 제재법령 집행 사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계속 진화해 나가는 미국 제재 법령의 적용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ssentra 사례 외 미국의 경제제재 관련 최근 주요 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유럽 금융기관의 미국법인이 우크라이나 관련 제재 대상자가 거래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had reason to know) 충분한 실사 없이 거래를 진행하였다는 이유로 OFAC으로부터 제재를 부과 받았습니다.
- OFAC은 2020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의 사이버위협, 선박을 이용한 제재 우회 시도, 그리고 탄도미사일 조달 행위 등 제재 위반 행위를 소개하며 이에 대해 각국 및 개별 기업들의 주의를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OFAC은 NKSR을 개정하여 대북 2차 제재가 적용되는 거래의 범위를 확장하고, 미국금융기관의 비미국 자회사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
- 최근 격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신장 지구에서의 소수민족 탄압, 홍콩에서의 반정부시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신규 제재 법령을 입법 및 공포하기도 하였습니다.
- 미국 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위해 러시아 국영기업인 Rosneft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였고,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외국인에 대한 제재 법령도 추가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올해 11월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따라, 특히 이란, 러시아, 중국 제재 등과 관련하여, 경제제재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이 급변할 가능성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제재 법령의 위반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제재 법령상 요구되는 준법(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고, 그 일환으로 고객이나 거래처에 대한 확인 제도 /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체제 구축 / 전문인력 확보 / 내부통제 규정/감독 체제 등의 측면에서 미비한 점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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