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구연한을 도과한 제품의 하자로 인한 화재에 관하여 제조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15. 6. 4. 선고 2013나2023677판결)
서울고등법원은 2015. 6. 4. 냉장고의 화재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제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동 화재가 냉장고 부품의 결함과 전기트래킹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 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냉장고는 1998년도에 생산된 제품으로서 2002. 7. 1.부터 시행된 제조물책 임법의 적용 대상은 아니나, 법원은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기존 법리에 따라, 냉장고 하부에 전기트래킹(전자제품에 묻어 있는 수분이 섞인 먼지 등에 전류가 흘러 주변의 절연물질을 탄화시키고 오랫동안 탄화가 계속되면 이 부분에 약한 전류가 흘러 발화하는 현상)이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일응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하고 제조업자인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물론 제조사는, 문제의 냉장고는 내구연한이 7년으로 정해진 제품으로서 이 사건 화재가 위 내구 연한이 4년여가 경과한 이후에 발생하였고, 제품 자체에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전제품의 제조업자로서 는 그 내구 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에도 제품의 위험한 성상 에 의하여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그 설계 및 제조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 이러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내구연한을 1년 정도 초과한 상태에서 폭발한 텔레비전 사고에서 제조업자의 제조 물책임을 인정하였던 대법원 판결(2000. 2. 25. 선고 98다15934판결)과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 판결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의 안정성을 확보할 의무를 제조업자에게 요 구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번 판결이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제조물책임의 인정 범위 가 더욱 넓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2. 양묘기 하자에 관한 책임을 부정한 사례 (울산지방법원 2015. 5. 28.선고 2013가합16455판결)
본 사건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 oil Carrier)에 장착되는 양묘기(닻을 감아 올리고 풀어 내리는 장치)의 파손 사고에 관한 것입니다. 문제된 원유운반선의 선주(원고)는 양묘 기의 베어링 하우징을 고정시키는 스터드 볼트(stud bolt)가 설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로 제 조된 것이 본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와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양묘기 제조업 체(피고)를 상대로 제조물책임과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손해액은 양묘기의 수리비용과 양묘기 수리 기간 동안 원유운반선을 사용하지 못하여 발생한 휴업손해를 합한 16억 원 상당이었습니다.
피고를 대리한 당소는 원고가 주장한 손해가 제조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로서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는 확대손해(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신체 또 는 제조물 그 자체 외의 다른 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의 제 조물책임 주장을 반박하였습니다. 여기서 원유운반선의 휴업손해는 제조물책임법의 확대손해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논란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당소는 한국의 판례뿐만 아니라 미국의 판례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본 원유운반선의 휴업손해 역시 제조물책임법의 확대손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함을 일관되게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당소는 양묘기의 스터드 볼트 설계사양과 선박의 유지보수기록 등과 같은 본 사건의 기술자 료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원고가 양묘기의 유지보수를 부적절하게 수행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습니다. 즉, 부적절한 유지보수가 야기하는 윤활불량으로 본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나아가 일부 스터드 볼트의 설계기준 미준수와 본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이 불충분하다는 기술적 분석결과를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하였습니다.
본 사건의 재판부는 위와 같은 당소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조물책임과 불법행위책임에 기초한 원 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본 판결은 당소가 담당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24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영업손 실로 인한 손해(본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휴업손해)는 제조물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란 점 을 인정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제조물의 결함이나 하자와 관련된 사건에 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엄정하고 심층적인 법리적 분석 및 전문성에 바탕을 둔 기술 적 분석이 필수적 요건이 된다는 점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