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대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노동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 해당 노동조합원들의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 제한의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사안의 경우, 통상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의 경우, 위 2) 단계에서 각 행위자들의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대법원은 일정한 유형의 사안에서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비율을 달리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즉, 손해 산정에 있어서 위험에 대한 예측 가능성, 실제 손해액이 사전에 반영되어 있는지 여부, 이를 인식하였는지 여부 등 불법행위의 발생경위, 진행경과 등 제반사정에 따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공동불법행위자 개인별 책임비율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존 입장입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82220 판결 등).
 
대법원이 이번에 선고한 대법원 2017다46274 판결 또한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기존 법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각 조합원 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 개별 조합원들의 책임제한 정도를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할 구체적인 요소들을 최초로 제시하였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
 

위 사건은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판례의 추정법리’(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 판결 등)에 근거하여 청구하는 경우, 쟁의행위 종료 후 근로자의 협력을 통해 추가 생산이 실시되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상당한 기간 안에 만회된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 발생의 추정이 깨지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유사한 쟁점의 사건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는 아래와 같은 구조로 손해의 발생을 추정해 왔습니다.

• 제조업체가 손해발생(= 생산감소와 매출감소사실) 및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함

• 생산이 감소되면 매출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추정함

• 다만 간접반증으로 제품이 적자제품이라거나, 불황,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사실을 증명하면 위와 같은 손해발생에 관한 추정을 깰 수 있음
   

그런데 대법원 2018다41986 판결은 ‘쟁의행위 종료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는 등, 쟁의행위로 생산이 감소되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이 깨지게 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하였습니다.
 
이 대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가 설시하여 온 간접반증 사유(적자제품, 불황,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음)에 더하여, ‘생산 감소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될 경우’에도 고정비용 상당 손해 발생의 추정이 깨진다고 본 건인데, 이와 같이 위 대법원 판결이 고정비용 상당 손해 추정을 깨뜨리는 사유를 보다 구체화·다양화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문] Recent Court Decisions on Liability for Unlawful Industrial 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