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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 강제노동 수입금지 관련 주요 가이드라인 잇따라 발표

2026.07.16

2026년 상반기, 미국과 EU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에 관한 이행 가이드라인이 연이어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2026년 6월 12일 강제노동 집행 운영 가이던스를 공개한 데 이어, EU 집행위원회도 같은 달 26일 강제노동규정(EU FLR) 이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습니다. 두 가이드라인 모두 그 자체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각 규제당국의 세부적인 집행 방향과 기업의 산업 별 실무적 대응 기준을 구체화하였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그 내용을 숙지하여 향후 강제노동 관련 규제 대응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EU FLR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먼저 살펴본 뒤, 이보다 앞서 발표된 미국 CBP 가이던스의 핵심 사항을 정리합니다.
 

1.

EU 집행위원회, 강제노동규정(EU FLR) 이행 가이드라인
 

(1)

규정 개요 및 적용 범위
 

EU FLR(Regulation (EU) 2024/3015)은 2027년 12월 14일부터 적용되며,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EU 시장에 출시·판매하거나 EU에서 수출하는 것을 전면 금지합니다. EU FLR은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EU 시장에 제품을 출시·판매하거나 EU에서 수출하는 모든 경제주체(economic operators)를 대상으로 하며, 원산지와 산업을 불문하고 전부 또는 일부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모든 제품에 적용됩니다. 제품에는 완제품뿐 아니라 농산물·광물 등 원자재도 포함되며, 공급망의 일부 단계에서만 강제노동이 개입된 경우에도 규정이 적용됩니다.
 
‘강제노동’의 개념은 ILO 강제노동협약(제29호)에 따라 노무·비자발성·강요의 3요소로 구성되며, 민간이 부과하는 강제노동과 국가가 부과하는 강제노동(State-imposed Forced Labour, SIFL)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SIFL은 통상적으로 국가의 법·정책·관행을 통해 구조적·조직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대규모이고 중대성이 높은 사안으로 평가됩니다.
 

(2)

조사 절차 및 위반 결정
 

EU FLR 위반에 대한 조사는 다양한 경로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개인·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은 물론 경쟁사 등 누구든지 강제노동이 의심되는 제품에 관한 정보를 ‘단일 정보 제출 창구(Single information submission point)’를 통해 당국에 제출할 수 있으며, 기업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도 외부 제보를 계기로 조사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소관당국은 ‘위험 기반 접근법’에 따라 강제노동의 규모와 중대성, EU 시장 내 제품 수량, 강제노동 의심 부분이 최종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여 조사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주목할 점은 입증책임의 구조입니다. 미국의 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UFLPA)와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CAATSA)가 ‘반박 가능한 추정’을 적용하여 수입자인 기업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과 달리, EU FLR에서는 소관당국이 입증책임을 부담합니다. 다만 이 때 당국의 입증책임 기준은 형사법상의 엄격한 기준이 아니라, 경제주체가 조사에 비협조적인 경우 그 자체로 위반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 결과 위반이 확인되면 당국은 위반 결정을 통해 해당 제품의 EU 시장 출시·판매 및 수출 금지, 이미 유통된 제품의 회수, 제품의 폐기 명령을 내립니다. 이러한 금지 조치는 결정에 명시적으로 언급된 경제주체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모든 경제주체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므로, 직접 조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동일 제품을 취급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3)

집행 및 제재
 

EU FLR에 대한 위반 결정은 시장감시 정보통신시스템(ICSMS)을 통해 다른 회원국의 소관당국들과 세관당국에 공유되어 EU 전역에서 집행됩니다. 다만 강제노동은 제조 과정의 문제로서 완성된 제품에 흔적이 남지 않아 세관 검사만으로는 위반 여부를 가려낼 수 없으므로, 금지 대상을 판단하고 집행을 총괄하는 책임은 세관이 아니라 소관당국에 있습니다.
 
EU 회원국은 2026년 12월 14일까지 위반에 대한 금전적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제재가 강제노동 금지 위반 자체가 아니라 ‘위반 결정에 대한 불이행’에 부과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즉 강제노동이 개입된 제품을 시장에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제재가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위반 결정에 따른 회수·폐기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비로소 제재가 뒤따르는 구조입니다.
 

(4)

기업 실사(Due Diligence) 가이드
 

EU FLR은 특정한 실사 절차의 이행을 요구하지 않고,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시장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결과 의무’를 부과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와 무관하게, 문제된 제품에 강제노동이 개입되었다면 위반이 성립합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실사와 제품 추적성 관리 등이 조사 과정에서 자사 제품의 적법성을 소명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에 가이드라인은 OECD 기준에 기초한 6단계 실사 프레임워크(정책 수립·통합 → 위험 식별·평가 → 위험의 예방·완화·중단 → 이행 점검 → 대외 공개 → 피해 구제)를 자발적 실천 방안으로 제시하고, 중소기업(SME)에는 그 규모와 자원을 고려한 비례적 조치를 권고하였습니다.
 

2.

미국 CBP, 강제노동 집행 운영 가이던스
 

EU FLR 가이드라인에 앞서, 미국 CBP는 2026년 6월 9일 ‘수입자를 위한 강제노동 집행 운영 가이던스’(CBP Publication No. 5560-0526)를 발표하였습니다. 본건 가이던스는 기존 2022년 6월 13일자 ‘수입자를 위한 UFLPA 운영 가이던스’를 대체하는 문서로서, UFLPA에 한정되었던 기존 가이던스의 범위를 CAATSA와 인도 보류 명령 및 판정(WRO·Finding)까지 확대하여 CBP가 운용하는 모든 강제노동 집행 수단을 일괄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1)

신규 추가 내용
 

1)

합리적 주의 의무에 따른 공급망 실사 의무 명시
 

19 U.S.C. § 1484에 따라 수입자는 상품 수입 시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CBP에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 주의(reasonable care)”를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CBP 가이던스에서는 이러한 합리적 주의 의무에 수입 물품이 전부 또는 일부라도 강제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확인·관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수입자는 강제노동 규제 대상이 되는 고위험 공급망에 대해 사전에 강제노동 리스크를 식별·평가·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급망 감사, 공급업체 관행 검증, 원재료 단계까지의 추적성 확보, 관련 기록 유지 등을 실시하고, 필요 시 CBP에 해당 물품이 강제노동과 무관하다는 점을 CBP에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2)

UFLPA 집행 실무 구체화
 

본건 가이던스는 UFLPA 집행 대상을 신장 위구르 지역·UFLPA Entity List와의 연계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투입물(억류 혹은 배제 후 30일 내 소명)과, 연계가 ‘확인’된 직접 투입물(배제 후 180일 내 이의신청)로 구분하고, 각 집행 및 불복 절차를 흐름도로 시각화하였습니다. 또한 UFLPA 불복 시 필요한 증거자료에 관한 지침 및 절차를 보다 자세히 안내하면서, 우선순위 집행 분야의 품목별 공급망 추적성 문서 예시를 12개 산업 분야(알루미늄, 의류, 가성소다, 구리, 면화 및 면화 제품, 리튬, PVC, 대추, 수산물, 실리카 기반 제품, 철강, 토마토)로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3)

WRO·Finding 및 CAATSA 절차 안내
 

WRO와 Finding은 관세법 제307조에 근거한 일반적 집행수단으로, CBP가 조사를 거쳐 특정 물품에 강제노동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 발행하여 해당 물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하고 수입 물품을 억류 또는 압류하는 절차입니다. 본건 가이던스는 WRO에 대한 반입 적격성 심사와 Finding에 대한 구제 청원 절차를 안내하고, 원산지증명서·상세 진술서 양식, 공급망 증빙자료 예시 등 기업들이 실무적으로 CBP 집행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CAATSA 적용 물품의 수입자는 강제노동으로 제조되었다는 ‘반박 가능한 추정’이 적용되어 미국 반입이 배제되면, 배제 결정 후 180일 내 이의신청으로만 배제 결정을 다툴 수 있습니다. 이 때 이의신청 절차로는 UFLPA와 달리 법 자체의 적용을 다투는 ‘적용제외 심사’ 절차는 없으며 해당 물품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예외심사’만 가능합니다.
 

4)

기타 실무 안내
 

본건 가이던스에는 미국 관세법령 위반에 대해 사전 신고하여 처벌을 감경받을 수 있는 자진신고(Prior Disclosure) 제도와, 자발적 통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인 CTPAT Trade Compliance Partnership 제도를, 강제노동법제 위반에 관하여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안내도 포함되었습니다.
 

(2)

시사점
 

본건 가이던스는 CBP가 기존에 채택하여 온 집행 실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개별적으로 도입, 집행되던 강제노동 법제들에 대한 통합된 컴플라이언스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는 향후 강제노동 관련 CBP의 구체적인 집행 실무와,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기업의 대응 방향
 

미국과 EU 양측에서 강제노동 수입금지에 관한 구체적 이행 가이드라인이 잇따라 발표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한국 기업은 이를 참고하여 양 규제 체계에 대한 통합적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EU FLR은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EU에 제품을 수출·유통하는 한국 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이는 공급망 어느 단계이든 강제노동이 존재하는 경우 모두 적용되므로 다단계·다국적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EU FLR 적용 시점인 2027. 12. 14. 전까지 공급망 매핑, 관련 정책과 계약 정비, 제품 추적성 관리, SIFL 위험 지역 대응 방안 수립 등의 선제적 준비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 강제노동 법제의 경우, 이번 CBP 가이던스에서 합리적 주의 의무에 강제노동 관련 공급망 실사 의무가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한 부분도 주목할 만합니다. 즉, UFLPA를 포함한 기존 미국 강제노동 규제가 수입자에게 명시적인 실사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았더라도, UFLPA의 실제 집행을 담당하는 CBP는 수입자의 합리적 주의 의무에 강제노동 관련 공급망 실사가 포함된다고 보아, 이를 집행 기준으로 삼을 것임을 명확하게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향후 해당 제품의 공급망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고, CBP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제품이 강제노동과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편, 미국 정부가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인 60개 교역상대국에서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 규제가 부재하거나 관련 법 집행이 효과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강제노동 관여·생산 제품의 수입 금지를 위한 법제화 및 집행 강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과 EU를 넘어 다른 국가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EU의 관련 법제 및 집행 사례는 향후 각국의 강제노동 규제 도입·운영에 있어 주요 벤치마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미국·EU 규제를 기준으로 강제노동 관여·생산 제품에 대한 공급망 관리 체계를 선제적이고 통합적으로 구축함으로써, 향후 제3국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법제가 도입·집행되는 경우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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