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지난 1월 20일 취임하면서,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고 언급한 바 있고, 화석연료 증가 및 환경 규제 철폐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려 하였습니다. 이에 대표적으로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는 이러한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거의 매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의제를 비난하거나 그린 뉴딜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폄훼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기후변화 정책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후변화의 상황은 동시에 매우 엄중합니다. 지난 1월,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은 185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뜨거운 해이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보다 1.5°C 이상을 넘은 첫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1.5℃ 마지노선은 2015년 파리협정의 전지구적 장기 목표가 수립되고 잇따라 그 근거에 관한 보고서가 채택되며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지구 면역체계에 상당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의미합니다. 즉, 연쇄적인 기후재앙이나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를 직면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는 것입니다. 1.5℃ 마지노선이 이미 무너지고 있는 현 사태에,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탄소중립 선언이나 목표 수립 단계를 넘어 행동의 가속화를 지속적으로 요구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이행의 구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도 고민이 보다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기후정의나 환경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산업∙통상과 연계된 경제 현안이 되어 기업의 대응 요구도 거세지는 가운데, 트럼프 2기의 출범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은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본 Climate Insight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집(Agenda 47)과 선거유세(campaign trail)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 인선 청문회 발언, 그리고 취임 후 발표한 행정명령, 후속조치 내용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정책 방향과 분야별 전망을 살펴보고, 현 시점에서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시 고려할 만한 시사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트럼프 2기 기후변화 정책 방향
Agenda 47은 트럼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 시 시행될 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공식 정책 계획 모음집으로, 2023년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7월 15일 미국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Agenda 47은 공화당 플랫폼으로 공식 전환되었고, 더욱 간결하게 요약되어 유세에 활용되었습니다. 해당 최종 공약집(이하 ‘공약집’)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10대(Chapter) 공약별 세부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는 총 16페이지짜리 책자에 ‘기후’나 ‘환경’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점입니다. 다만 에너지 해방(unleashing), 규제 완화 및 철폐, 안정∙풍부∙저렴한 에너지 등 경제 및 통상과 관련된 세부 공약 항목에서 기후변화 정책 방향을 포괄하고 있어, 선거유세 과정의 발언까지 포함한다면 그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향은 환경적 요소는 외면하고 경제적 요소를 중시하는 정책의 확대입니다. 특히 경제 의제와 관련된 세 번째 공약(“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건설하겠습니다”)에서 그 수단이 명확히 언급되는데, 이는 5가지(규제 삭감, 세금 감면, 공정 무역 거래 확보, 안정적이고 풍부한 저비용 에너지 보장, 혁신 옹호)의 축을 중심으로 합니다. 해당 수단들을 관통하여 볼 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보유한 석유, 가스, 원자력 등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세금을 감면함으로써 미국을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 요금을 가진 나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드러냅니다. 즉, 미래를 주도할 신흥 산업인 인공지능(AI)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이라고 보고,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을 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향은 경제성 확보에 방해가 되는 값비싼 친환경 정책의 축소입니다. 이는 곧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 방향과 반대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집 내 가장 첫 번째 공약(“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모든 가격을 빠르게 낮추겠습니다”)의 첫 번째 항목으로 미국의 에너지 해방(Unleash American Energy)을 내세우며, 사회주의적 그린 뉴딜의 종식을 강조합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및 재생에너지 지원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철회할 뜻을 강하게 암시했습니다.
상술한 두 방향은 관련 부처 수장 인선 및 인사청문회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국가 에너지 전략을 지휘하는 국가에너지회의(신설) 의장이자 내무부 장관인 더그 버검은 미국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 3대 주(州)인 노스다코타의 주지사로, 지난 5월 “바이든의 화석연료에 대한 공격을 트럼프가 저지할 것”이라고 말한 인물입니다. 그는 올해 초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의 해상 석유 및 가스 자원은 신속한 개발이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라며, 미국 연방토지 내 석유·가스 등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저가에너지 및 일자리 창출을 유지하고, 핵심광물 개발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답하였습니다. 에너지부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는 미국 2위 수압 파쇄(fracking·프래킹) 전문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CEO이자 석유 재벌로, 기후위기는 허구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화석연료의 장점보다 적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천연가스 산업은 미국 경제에 핵심적이라 강조하면서도, 차세대 지열, 차세대 원전(SMR) 및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 혁신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이 임명되었는데, 석유시추 등 경제활동을 막는 친환경 법안에 반대한 인물로 지명 직후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회복하고,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하여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고, 미국을 AI의 글로벌 리더로 만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표현한 이유가 고비용의 저탄소전환 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경제성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환경 정책을 예고하였습니다. 특히 EPA 청장 지명은 위 두 인선보다 빨랐으며 이례적으로 주요 내각 인선에 앞서 발표되어 상술한 트럼프 정책 방향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참고로, 미국판 탄소국경세 법안(Foreign Pollution Fee Act)에 대한 인사청문회 질의에서, 무역대표부(USTR)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는 이를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답변하면서 어떻게 할지 창의적 개념이 필요하다고 언급함으로써, 위 법안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또한, 보조금이 없다면 경제성이 없어지는 재생에너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양한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기후변화대응 실패 시 기업 및 국민 비용 피해가 우려된다고 답하여, 상술한 두 방향이 혼재된 답변을 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발표된 행정명령의 요구 사항들은 주로 각 부처의 수장들에게 관련 내용을 검토하라는 것이므로, 앞으로의 정책 실행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행정명령 및 후속조치(환경, 에너지, 국제협력 분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예고했던 대로 취임 직후부터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급격히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행정명령이 단순한 선언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연방기관에 구체적인 검토와 후속조치를 지시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각 부처의 우선순위와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며, 연방기관의 세부 검토 결과와 실행계획이 제출되면 정책의 실질적 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환경 분야 주요 행정명령으로 취임일인 1월 20일에 "유해한 행정명령 및 조치의 초기 철회(Initial Rescissions of Harmful Executive Orders and Actions)"를 발표해 기후·환경 분야를 포함하여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대폭 철회하였습니다. 해당 행정명령은 전 정부에서 발표한 78건의 행정명령, 각서, 선언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 환경 분야와 관련된 주요 내용은 크게 기후위기 대응정책(연방 토지 및 해양에서의 신규 석유·가스 임대 중단,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 미국 외측 대륙붕 약 6억 에이커(남한 면적의 약 25배) 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임대 철회, 2035년 무탄소 전력 달성 및 2050년 넷제로 배출 달성을 위한 세부 목표 수립, 인플레이션감축법(IRA)[1] 촉진을 위한 부처간 협력 및 백악관 주도의 국무조정 명령,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2] 의 효율적 투자 집행을 위한 부처별 고려사항 등을 포함합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약속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철회 공약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조치로 보여집니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후속조치는 3월 12일 EPA 청장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제완화 조치’라는 표현과 함께 발표한 "위대한 미국의 컴백을 위한 31가지 역사적 조치(31 Historic Actions to Power the Great American Comeback)" 입니다. 이 발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환경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로는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메탄 규제 및 온실가스 모니터링, 석탄 및 가스 발전소의 폐수 규제, 8,000개 이상의 시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보고 의무, 전기차 의무화 및 트럭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등을 포함합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를 선포하며 대통령 취임 첫날 에너지 안보를 국가 우선 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이러한 비상사태 선언은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 NEA)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에게 에너지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또한, 주요 행정명령으로 "미국의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을 발표하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주별 배출기준 및 보조금 제도의 재검토, 전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예산 집행 동결과 90일 내 포괄적 검토보고서 제출 의무화, 연방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탄소비용 고려 배제, 그리고 석유, 천연가스, 석탄, 바이오연료, 원자력 등을 미국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명시하고 관련 인허가 처리 신속화 지시 등을 포함합니다.
후속조치로서, 에너지부는 지난 2월 14일 루이지애나 주 커먼웰스(Commonwealth) LNG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 승인을 결정하였으며, 이어 3월 5일에는 텍사스 주 소재 골든패스(Golden Pass) LNG 수출 및 터미널 시설에 대한 승인을 완료하였습니다. 특히 후자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상업적 수출을 개시할 전망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또한 EPA는 3월 12일 "인간 건강에 대한 긴급하고 실질적인 위협이 입증되지 않는 한 에너지 생산 및 발전 시설의 운영을 중단시키는 집행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내부 메모(Memorandum)를 발표하였습니다. EPA는 이러한 기존 정책의 재검토가 에너지 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미국의 대외 원조와 국제 환경 협정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였습니다. "미국 대외 원조의 재평가 및 재정렬(Reevaluating And Realigning United States Foreign Aid)" 행정명령은 즉시 90일간 모든 대외 원조를 동결하며, 이를 통해 대외 원조의 방향성을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관리예산실(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은 90일 내로 이 동결의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하도록 지시 받았습니다. 또한, "국제 환경 협정에서 미국 우선(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 행정명령은 국제 환경 협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즉시 파리협정 탈퇴 서한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3] 에 제출했고, 각 부처는 미국 국제기후금융계획을 철회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원조 중단의 영향으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 약 2,000명 이상을 해고하는 등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3월 6일 미국은 개도국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4] 에서 탈퇴하였습니다. 이는 국제기후금융계획 철회 관련 행정명령의 일환으로,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JETP 프로젝트에 1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의 탈퇴는 JETP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분야별 전망
위와 같은 트럼프 2기의 기후변화 정책 방향성 하에서 주요 분야별 전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환경 분야에서는 미국 내 환경 규제가 당분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상 및 과금 방안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재 기업들로부터 제기된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의 무효화 소송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소송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관할법원에 알렸고, 그에 따라 위 규정이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주에서 발의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이 제정될 경우, 캘리포니아주와 함께 미국 대기업 대부분이 사실상 기후공시 대상이 된다는 전망도 보도되었습니다. 또한, 바이든 정부의 주요 환경 정책이 철회되면서 메탄/자동차/발전소 배출기준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청정기술 관련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EU가 시작한 탄소국경조정에 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과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미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2기의 USTR 대표와 재무부 장관은 탄소국경세 도입에 관심을 보였고 반스 부통령도 미국 내 제품이 타국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지난 2년간 미국 내에서 다수의 탄소국경세 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탄소국경세 법안인 Foreign Pollution Fee Act의 수정안까지 공개하였습니다. 기존에는 16개 품목(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수입관세를 부과하던 내용이었는데, 이를 15%+ 관세율을 적시하고 대상을 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비료, 유리, 수소 등 6개로 한정하는 것으로 구체화하였습니다. 탄소국경세는 EU에 대응한 미국 산업 보호, 세수 확보, 중국 견제 등 다양한 목적 하에서 초당적으로 논의가 지속되고 있어, 환경규제 목적보다는 보호무역의 장치로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미국 내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나,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당분간 미국 내 화석연료나 원자력은 증가하고 기술가격이 비싼 해상풍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기술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입니다. 지난 3월 초 LNG 수출 관련 1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발표된 반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 철회 발표가 병존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기관인 블룸버그 NEF 및 우드맥킨지 등의 분석을 종합하여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10년간 태양광 및 풍력 등은 17%~30%까지 신규 설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 발표한 ‘2025 재생에너지 용량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이 585GW, 중국이 374GW인 반면 미국은 43GW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감소가 글로벌 추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 않음을 나타내며, 오히려 전력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금리를 낮추려는 트럼프 2기의 정책은 청정에너지 보급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미국 시장이 축소되면서 생긴 해상풍력 설치선 등 유휴 장비가 증가하는 것은 미국 외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에 기회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도 절반 이상의 주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 중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도 연방 정부의 청정에너지 지원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서, 연방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해상풍력을 제외한 나머지 청정에너지 보급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 분야 전망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및 국제기후금융계획 철회로 국제사회 내 기후변화와 관련된 협력은 약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산유국을 중심으로 트럼프에 동조하는 주체들이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당선 직후 부산에서 개최된 UN플라스틱협약이 성안에 실패한 것도 사우디나 러시아 등이 감축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3월 초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원조 동결 행정명령 관련 완료된 업무에 대한 대외원조는 지속될 수 있도록 임시제한 명령을 내려, 향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또한 트럼프의 기후협력 탈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 및 EU의 기후리더십 추구와 기업 및 NGO 등 민간 부문에서의 반사적 대응이 예상되므로, 글로벌 기후행동 모멘텀의 저하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예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 직후 개최된 제 29 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 이상의 기후기금을 조성하되 그 중 연간 3,000억불은 선진국 주도로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영국 및 일본 등은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기업에 대한 시사점
1. |
기회요인 활용과 기술 차별화 |
2. |
제품 탄소배출정보의 경쟁력 |
Outro
트럼프 2기의 기후변화 정책을 전망해 보고, 관련하여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 고려할 요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기후국제협력은 약화되고, 미국 내 에너지는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되며, 환경 분야의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의 영향에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1.5℃ 저지선의 붕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보다 거대한 기후 불확실성의 영향에 노출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숙제로 다가오는 상황입니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탄소배출규제 등의 논의는 미국이 이를 홀로 지연하거나 철회하기에는 이미 거대한 추세를 형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관련 기술의 확보와 탄소배출 정보관리에 있어 위험을 줄이면서도 오히려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시점입니다.
한국은 GDP대비 수출입비율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정부 역시 트럼프 2기의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여 단기 및 중장기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 입니다. 특히 올해 내로 2035년 NDC설정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ETS) 할당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 관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 시그널을 주어야 할 것이고, 한국판 IRA같은 종합지원책을 마련해 기술 수요 및 시장을 형성해 줌으로써 기업의 관련 기술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트럼프는 임기가 있지만, 기후변화는 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1] Inflation Reduction Act
[2]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3]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4] 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JETP)은 개발도상국 및 신흥경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으로, 고소득 국가들의 재정 지원을 통합하여 수혜국의 에너지 및 기후 목표 달성을 촉진하는 협약
[5] 다만, 2월 26일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CBAM 간소화 내용을 담은 옴니버스 패키지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CBAM 간소화안은 현재 EU집행위 차원의 발의 단계로, 향후 EU의회와 EU이사회의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최종 효력이 발생합니다. 주요 개정사항으로는 적용 대상 기업 범위의 조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연간 50톤 이하의 소규모 수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CBAM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 또한 EU 집행위는 인증서 구매 시기의 연기를 제안하였는데, 기존 2026년 1월에서 2027년으로 연기함으로써, 2026년에 수입된 상품에 대한 인증서는 2027년 2월부터 구매가 가능하도록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영문] Projected Climate Policies under Trump’s Second Term and Their Imp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