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던 사업자(이하 “원고”)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에서, 원고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민법 제628조에 기한 차임감액청구를 긍정하여, 약정 차임의 50%를 감액하고 이를 초과하는 임대료 채무 및 기타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인천) 2024. 10. 2. 선고 2022나14538판결). 김·장 법률사무소 송무팀은 이 사건에서 원고를 대리하였습니다.
원고는 2015년경부터 인천국제공항 내 여객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하였는데,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정부의 정책 등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의 숫자가 90% 가량 급감하자 면세점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차임의 감액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코로나19 사태가 임차인이 부담하여야 할 위험이라는 점, SARS, MERS 사태 등을 거치며 원고가 이와 유사한 전염병이 다시 창궐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사태가 민법 제628조 소정의 차임감액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제1심(인천지방법원)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입법화한 민법 제628조의 차임증감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차임을 약정한 후 경제사정의 변경이 있어야 하고, ② 변동된 경제사정에 비추어 종래의 차임이 상당하지 않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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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원고의 면세점 이용객이 약 90% 급감하였고, 이에 따라 매출액도 크게 감소하여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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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SARS나 MERS 등 질병이 유행하여 사회적 위기를 초래한 적이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큰 파급력을 미친 감염병은 근래에 유래를 찾기 어려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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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고 간의 면세점임대차계약은 차임에 관한 최소보장액약정이 있어, 원고로서는 매출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소보장액만큼의 차임을 피고에게 계속 지급하여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의 차임은 약정 차임의 50%를 감액한 금액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역시 이 같은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차임감액청구권 행사에 따라 약정 차임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기화로 차임 연체에 기한 해지를 주장하고, 항소심에 이르러 원고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여 약 53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제1심은 “임차인이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임차인이 지급하여야 할 차임의 액수가 확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사후에 법원이 결정한 차임과 연체한 차임을 단순 비교하여 해지 사유의 인정 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피고의 해지 통보의 효력을 부정하였고, 항소심 역시 제1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반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2019년말부터 오랜 기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면세업계·관광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미증유의 감염병에 의해 현실화된 위험이 임차인에게 과도하게 귀착되는 것을 방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은 양 당사자 모두 예상하지 못한 경제적 사정의 변동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손실을 임차인이 모두 부담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타당하지 않음을 확인한 사례인 것입니다.
분쟁 과정에서 임차인이 약정 차임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이것이 법원의 차임 감액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 일부 차임 연체로 귀결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차임 연체를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역시 이 판결의 중요한 의의입니다. 또한, 약정 차임의 50%를 감액함으로써, 기존의 다른 차임감액청구 사례에서 인정된 차임감액비율(20-30%)보다 더 전향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도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