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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재법(Arbitration Act)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국제중재에서의 함의

2024.10.08

영국(Scotland를 제외한 England, Wales and Northern Ireland; 이하 “영국”)을 중재지로 하는 중재에 적용되는 영국 ‘중재법 1996(Arbitration Act 1996)’에 대한 개정안이 2024. 7. 18. 영국 의회 상원(House of Lords)에 제출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2023년 11월경 영국 의회 상원(House of Lords)에 제출되었던 ‘영국 중재법 1996’ 개정안이 2024년 7월 영국 총선 실시로 인하여 폐기된 후, 일부 수정을 거쳐 다시 발의된 안으로, 2024년 9월경 상원 내 위원회의 검토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하원까지 모두 통과하면 법률로 공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과 White & Case가 전세계 국제중재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설문조사에서 영국이 가장 선호되는 중재지로 선정된 바 있고, 실제로도 영국은 국제상공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이하 “ICC”) 등 중재기관들이 관장하는 중재 사건에서 빈번하게 지정되는 중재지 중 하나인 만큼[1], 이번 영국 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영국 중재법 개정안(이하 “영국 중재법 2024”)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중재합의의 준거법 판단 기준 신설

중재에서는 계약의 실체적 준거법과 계약 내 포함되어 있는 중재합의의 준거법이 개념적으로 구분됩니다. 중재합의의 준거법이 무엇인지에 따라 중재합의의 성립 및 유효성 등이 달리 판단될 수 있으므로, 특히 당사자들이 중재합의의 준거법을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 중재합의의 준거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재절차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기존 영국 대법원 판례는 당사자들이 명시적으로 중재합의의 준거법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계약의 실체적 준거법은 정해놓은 경우, 계약의 실체적 준거법이 중재합의의 준거법이 된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국 중재법 2024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달리, 당사자들이 중재합의의 준거법을 명시적으로(expressly) 정하지 않은 경우 중재지법인 영국법이 중재합의의 준거법이 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당사자들이 계약의 실체적 준거법만을 정했다면, 이는 중재합의의 준거법에 대한 명시적 지정이 아니라는 조항까지 추가되었습니다.
 

2.

중재판정 취소소송 절차 간소화

영국 중재법 1996 제67조에 의하면,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위반을 이유로 중재판정부가 관할권 또는 본안에 관하여 내린 판정의 취소를 법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할권에 대한 불복의 경우 그동안 영국에서는 Dallah 판례[2]에 따라 법원이 전면 재심리(full rehearing)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영국 중재법 2024는 이와 반대로 법원의 재심리를 제한하는 취지의 규정을 포함하고 있고, 신설될 규정에 따라 관할권 위반을 이유로 한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새로운 증거나 주장의 제출을 금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중재판정부가 조사한 증거를 법원이 다시 조사하는 것도 금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국 중재법 2024는 위와 같은 제한에 대하여 당사자가 중재절차 당시에 합리적인 노력(reasonable diligence)을 다하였더라도 그 증거나 주장을 제출할 수 없었을 경우 또는 기타 정의관념상 요구되는(in the interests of justice)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는 바, 이러한 예외의 상세한 판단기준과 범위는 추후 구체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3.

기타 주요 개정 사항

그 외에도, (1) 중재판정부가 청구, 항변 또는 쟁점이 실질적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실심리절차 없이 약식판정(award on a summary basis)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 (2) 중재판정부 구성 전에 긴급한 조치를 하기 위해 선정하는 긴급중재인 역시 일반 중재판정부와 같은 권한을 갖는다는 규정 등과 같이 중재절차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하는 규정이 추가되었으며, (3) 중재인 또는 중재인 후보에게 그 공정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에 대한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 (4) 중재인의 사임 등과 관련하여 중재인의 면책을 강화함으로써 그 독립성을 도모하는 규정 등이 추가 및 보완되었습니다.
 

영국을 중재지로 하여 영국 중재법이 적용되는 경우 실체법률 적용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법원 항소(appeal on the point of law)가 가능하는 등, UNCITRAL 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이하 “UNCITRAL Model Law”)을 따르는 다른 국가들의 중재법과는 실질적 차이점들이 있고, 이번 영국 중재법 2024 개정의 경우에도 UNCITRAL Model Law와 차이가 있는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영국을 중재지로 하는 경우의 영향 및 의미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영국 중재법 2024’가 의회를 통과하여 정식 공포되면, 영국을 중재지로 하는 중재에서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중재합의의 준거법을 명시하지 않는 한 중재지법인 영국법에 의해 중재합의의 성립 및 유효성 등이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영국 대법원 판례와 궤를 같이 하였던 대한민국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도 다른 부분으로 평가 될 수 있는데(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다225084 판결 등), 영국법상 중재합의의 성립 및 유효성이 비교적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섭외적 요소가 있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계약의 준거법, 분쟁해결 및 관할 등의 조항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영국 중재법 2024’에 따르면 청구 또는 쟁점이 실질적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없는 중재 사건의 경우 중재판정부가 약식판정을 내려 중재절차를 조기에 신속히 종결할 수 있고, 중재판정에 대해 영국법원에서 불복(중재판정 취소의 소)하는 경우에도 중재 사건에서 이미 제출되었던 증거자료나 주장 외의 다른 증거 또는 주장을 제출할 수 없게 될 수 있으므로, 계약의 준거법이 무엇이든지 간에 영국이 중재지인 중재사건에서 사건 초기부터 보다 충실히 사실관계 및 문서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중재절차를 진행해 나가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1]   2023년 ICC 통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을 중재지로 한 중재사건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확인됨.
[2]   Dallah Real Estate & Tourism Holding Co v. Ministry of Religious Affairs of the Government of Pakistan [2010] UKSC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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