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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피해소송에서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 완화를 선언한 대법원 판결

2024.06.18

대법원은 2023. 12. 28.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른 기업 등의 배상 책임을 가릴 때, ‘전체적으로 보아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하여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19다300866 판결).
 

1.

사안의 개요

2016. 6. 4. A 사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불화수소를 싣는 작업 도중 하역시설 내부로 2370㎏ 상당의 불산, 하역시설 외부로 약 444.6㎏ 내지 871.3㎏ 상당의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특히, 누출된 불산이 증발하여 33.04㎏ 상당의 불화수소가 기체 상태로 대기 중으로 확산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인근 마을 주민들이 A 사를 상대로 상대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관련 법령 및 조문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①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을 구현할 수 있도록 무과실책임과 인과관계추정 법리를 실체규정으로 체계화하여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완화하고, ② 환경오염 위험성이 높은 시설은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여 배상책임 이행을 위한 재무적 수단을 확보하도록 하며, ③ 환경오염피해 구제를 통하여 고통을 겪는 국민을 지원함으로써 피해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실효적인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4. 12. 31. 제정되었습니다. 

특히,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1항에서는 해당 시설이 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인과관계의 성립을 추정하고, 동조 제2항에서는 상당한 개연성의 판단 요소에 관하여 상세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었으며, 사업자가 동조 제2항의 간접사실들에 대하여 반증을 들어 다투거나 같은 조 제3항의 사실들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하거나 배제시킬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인과관계의 추정)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1항에 따른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시설의 가동과정, 사용된 설비,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의 상태와 그 밖에 피해발생에 영향을 준 사정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환경오염피해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과 관련된 환경·안전 관계 법령 및 인허가조건을 모두 준수하고 환경오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등 제4조제3항에 따른 사업자의 책무를 다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추정은 배제된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환경오염피해에 대하여 시설의 사업자에게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가 같은 법 제9조 제2항이 정한 여러 간접사실을 통하여 전체적으로 보아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하여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때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 물건에 도달하여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2항에 적시된 ‘상당한 개연성’의 판단 요소를 충실히 적용하여 이 사건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은 기체 상태로 공기중으로 확산되었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하여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각 피해자들에게 700만 원씩, 19명의 피해자들에게 총 1억 3,3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시설의 가동과정, 사용 설비: 사업자(피고)는 화학물질관리법 제27조의 유해화학물질 영업을 하는 자이고 이 사건 공장은 화학물질관리법 제2조 제11호에 따른 취급시설에 해당하므로 사업자는 이 사건 공장의 설치·운영과 관련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그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 기체 상태인 불화수소는 대기 중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후 공기 중의 수증기와 반응하여 흰 연기를 형성한 다음 불산의 형태로 대부분 지표면으로 낙하한다. 불화수소가 누출되었을 때 대피 반경은 소량 누출의 경우 낮 0.2㎞, 밤 0.5㎞이다.

피해 발생의 시간과 장소, 기상 조건: 피해자들의 거주지 대부분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지점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0~500m 사이에 위치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바람은 이 사건 공장이 있는 북쪽에서 마을 방향으로 1.0~2.1㎧의 속도로 불고 있었으며, 시간대는 밤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피해의 상태: 피해자들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불산에 노출되었을 때 보이는 증상을 공통되게 호소하였고, 이로 인하여 응급실로 이송되거나 병원치료 등을 받았다. 불산 노출 이외에 피해자들에게 이처럼 공통된 증상이 나타날 만한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소변에서 불산이 검출되지 않은 사정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체내에 유입된 불화수소는 대부분의 양이 24시간 이내에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와 피해자들의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화학물질안전원이 작성한 화학사고 원인조사 보고서는 이 사건 사고로 대기 중으로 확산된 불화수소의 영향 범위를 102~149m로 예측하였으나, 이는 지리적 특성과 기후 상황 등에 의하여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시사점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할 증명주제를 ① 유해물질의 배출, ② 배출 물질의 도달, ③ 피해 발생으로 유형화하고, 피해자가 위 ① ~ ③ 사실을 모순없이 입증하면 일단 인과관계를 추정하되, 다만 사업자가 ⓐ 원인물질이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안전농도 범위 내 존재한다는 사실 또는 ⓑ 다른 전적인 원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하여 이를 번복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 물건에 도달하여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2항의 ‘시설의 가동 과정, 사용된 설비,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 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의 상태와 그 밖에 피해 발생에 영향을 준 사정’ 등의 간접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여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보아, 기존 선례들에 비하여 피해자들의 인과관계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향후 환경오염피해소송에서 피해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인과관계 입증 완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사업자들은 환경오염피해의 발생 원인과 관련된 환경·안전 관계 법령 및 인허가조건을 모두 준수하고 환경오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등 사업자의 책무를 다하여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실제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2항에 적시된 간접사실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충분한 반증을 제시하거나 환경오염피해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을 입증하는 등 대응방안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문] Supreme Court Eases Plaintiff’s Burden to Prove Causation for Environmental Da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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