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업무사례

지하철 내 객실표시기 설치 위치는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이끌어 내

2023.10.04

김·장 법률사무소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와 ‘서울메트로 2호선 역사 및 전동차내 실시간 정보제공시스템 구축사업’ 계약(이하 “본건 계약”)을 체결한 업체(원고)를 대리하여, 공사에 대해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을 유지할 의무를 거절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제1심과 항소심은 모두 ‘공사가 업체에 대해 계약 체결 당시 합의된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인 객실표시기의 중앙 설치를 유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업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이와 달리 객실표시기의 중앙 설치는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으로서 합의된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이라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업체는 공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체는 2009. 6. 경 체결된 본건 계약에 따라 공사로부터 16년간 전동차 내 객실 및 역사표시기를 이용한 광고사업권을 부여 받았습니다. 그 대가로 사업에 필요한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시설물 준공 후 이를 운영 및 유지·관리하며, 광고사업을 운영하여 250억 원의 광고료를 공사에게 납부해야 했습니다. 

공사는 2013. 12. 경 내구연한(25년)이 도래한 2호선 전동차를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기간 동안 3차에 걸쳐 50편성(500량)을 교체한다는 취지의 계획을 수립했고, 업체는 2015. 10. 경부터 공사와 교체되는 전동차 객실표시기 설치 위치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업체는 공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존과 같이 전동차 객실 천장 중앙에 객실표시기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으나, 공사는 전동차 교체에 따라 새롭게 도입하는 전동차에 ‘도시철도법’ 제41조에 따라 CCTV를 설치해야 하는데, 객실표시기를 중앙 설치할 경우 CCTV 설치위치 및 화각의 제약이 발생하므로 측면 설치 방식(전동차 출입문 위 벽 부분에 설치)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업체는 공사를 상대로 ‘공사는 업체에 대해 본건 계약에 따라 전동차 객실 내 천장 중앙에 객실표시기를 설치하여 광고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승인 및 협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이행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및 항소심에서는 본건 계약서 등에 공사로 하여금 업체 주장과 같은 의무를 지울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 본건 계약은 광고면당 예상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쌍방의 급부내용을 정교하게 설계한 계약으로서, 장기간의 계약기간 동안 업체가 해당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한 매출이익을 낼 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그 매출 이익과 직결되는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은 본건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어서, 공사는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을 계약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2) 본건 계약 체결 당시의 객실표시기 설치 현황, 사업제안요청서의 기재 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객실표시기의 중앙설치는 본건 계약 체결 당시 쌍방간에 합의된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에 해당함에도 공사가 그 운영 조건을 유지할 의무를 거절했고, (3) 공사가 들고 있는 도시철도법 개정 등의 사정만으로 그 의무가 변경되거나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사는 이행거절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저희 사무소는 업체를 대리하면서, 설령 본건 계약의 문언상 ‘객실표시기를 천장 중앙에 설치하여 광고사업 운영 조건을 유지할 의무’가 직접적,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1) 본건 계약은 공사와 같은 정부 등 공공기관이 본래 자기의 노력과 비용으로 구축해야 할 실시간 정보제공시스템 구축사업을 본건 업체와 같은 민간업자의 손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인 점, (2) 이에 본건 계약은 민간업자가 광고사업 시설물 구축을 위한 비용 부담 및 공사에 대한 광고료 납입을 하고서도 거기에 투하한 자본을 일정 기간(16년) 내 회수할 수 있도록 사업 도입 계획 당시부터 객실표시기의 중앙 설치를 대전제로 하여 업체의 자본 투하와 회수의 등가적, 대가적 관계를 정교하게 설정한 점, (3) 그럼에도 공사가 객실표시기의 설치위치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중앙설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본건 계약을 통해 업체가 투하자본을 회수하기로 합의된 방법에 임의적인 변경을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점 등을 주장하였고, 대법원에서 제1심 및 항소심과 달리 마침내 그 주장을 받아들여 업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본건은, 민간업체가 정부 등 공공기관과 사이에 체결하는 계약을 진행함에 있어, 비록 계약서 등 처분문서에 명시적으로 정부 등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특정한 의무를 지우는 내용의 약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업구조와 그와 관련된 경제적 이해관계 등의 사정을 근거로 정부 등 공공기관에게 당초 사업에서 예정하고 있었던 운영 조건을 유지할 의무가 있고, 관련 법령상의 규정만으로 그 의무가 변경되거나 면제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레이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