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 방송사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과반수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보다 낮은 호봉을 부여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이를 소개하여 드립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7. 21. 선고 2023나2008455 판결, 상고 미제기 확정).
위 사건 원고들은 처음에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되었다가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고, 2018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A 방송사(피고)는 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과반수 노동조합과 체결한 ‘임금개선 및 제도개선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에 근거하여, 위 원고들에게 동일한 시점에 입사한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보다 낮은 호봉을 부여(이하 “이 사건 호봉 부여”)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호봉 부여가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교하여 원고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 사건 호봉 부여의 근거가 된 이 사건 협약이 원고들의 개별 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거나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A 방송사(피고)를 대리하여, (1) 원고들과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은 채용 경로와 수행하는 업무 내용 등이 서로 달랐던 점, (2) 이 사건 협약의 목적이 원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에 있고, 실제로 원고들의 근로조건이 종전보다 개선된 점, (3) 피고와 노동조합은 피고의 가용 가능한 예산 범위를 고려하여 충분한 협의를 거쳐 원고들에게 부여할 호봉을 정한 점, (4) 이 사건 협약은 장래에 원고들에게 부여할 호봉 및 이에 기초하여 지급될 임금에 관한 것이고, 이미 지급기일이 도래하여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과는 무관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호봉 부여는 ‘합리적인 이유’를 갖춘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 등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기업 내 차별 이슈는 일상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문제이나, 막상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규범의 추상성으로 인해 명확한 정답을 찾기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법적 분쟁을 떠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제도 운영이 인사노무관리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인사제도 변경 시 근로자집단(노사협의회, 노동조합)과 진지하고 성실한 협의를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본건은 노사합의에 따라 호봉을 부여하였다는 협약자치의 원칙과 당시 노사의 진정한 의사(가용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원고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하고자 함)를 강조하여 위법한 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낸 사안으로, 차별 사건의 핵심 쟁점인 ‘합리적인 이유’의 해석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선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