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및 경과
2020년부터 시작된 COVID-19 팬데믹이 백신 개발로 인해 전환점을 맞았다고 하나, 최근 인도의 대규모 감염 사태에서 보듯이 아직 팬데믹이 끝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인도 및 남아공 등은 COVID-19 대응에 WTO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 제27조제2항(공중보건상 필요 시 예외적인 의약품 특허 제한), 제31조(강제실시), 제31조bis 등을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진단법, 치료, 백신, 보호장비 등을 포함한 COVID-19 관련 지재권을 최소 3년간 면제(waiver)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하여 미국, EU, 영국, 일본 등 주요 제약산업 선진국들은 반대 입장이었으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존슨앤존슨 등 대형 제약사들은 지난 3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지식재산권 면제에 반대하라는 서한을 보내, 백신 공급 차질의 문제는 특허가 아닌 공급망과 물류상의 문제이며 특허권을 면제하더라도 백신을 개발할 만한 제약사는 한정돼 있어 백신 공급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100명 이상의 미 하원의원들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신에 대한 일시적인 특허권 면제 지지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2. 미국의 Waiver 논의 지지 발표와 각국의 대응
미국은 2021. 5. 5. WTO 일반이사회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명의의 발언1을 통해 COVID-19 백신 관련 TRIPS 적용 면제 논의를 지지하며 구체적인 문안 협의(text-based negotiations)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와의 싸움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미국이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백신 특허 면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폰데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제안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반면, 제약 강국인 독일, 스위스 등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요 제약사들이 속한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은 코로나 백신을 전 세계에 신속히 그리고 공평히 나누자는 목표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모든 사람이 백신에 공평하게 접근하도록 만들 유일한 방안은 민간영역과의 실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뿐이라고 강조하며, 백신 지재권 면제는 복잡한 문제의 단순하지만 틀린 해답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3. 함의와 전망
미국의 발표는 개도국의 waiver 요구에 대한 그동안의 회의적(skeptical)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시민사회 및 미국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WTO의 의사결정은 회원국 만장일치(consensus)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독일, 일본, 스위스 등의 반대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실제로 지재권 면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아울러 구체화된 합의 문안이 완성되어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미국의 발표로 인하여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내여론에서도 의약품 지재권 보호 관련 논의가 촉발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의약품 지재권 보호를 중지한다는 개념이 여론의 지지를 얻을 경우, 국가안보 등 다른 공공 정책적 목적에 기하여 무역과 지재권을 제한하려는 논의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