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 작성·변경이 근로자 측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경우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대법원 1988. 5. 10. 선고 87다카2853 판결 등).
그러나 대법원은 2023. 5. 11.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다수의견)고 판시하여 종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종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한 주요 근거로, ① 근로자 측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 및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이므로 취업규칙 변경 내용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 ②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근로자 측 동의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명문규정에 반하는 점, ③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개념과 정도를 쉽게 알기 어려워 종전 법리를 유지할 경우 법적 불안전성이 크다는 점, ④ 근로조건의 변경은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⑤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있어 그 내용의 합리성만으로는 절차적 권리인 집단적 동의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서,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하는 한편,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종전 법리를 폐기하면서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를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번 판결로 기업 실무 측면에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라는 사정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이 사용자의 위와 같은 설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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